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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설/창조설 비판

교진추의 후추나방 청원서 반박

교진추에서 서울특별시교육감에 청원한 후추나방 청원서에 대한 반박입니다.

해당 청원서는 파일첨부 해둡니다. 교진추 홈페이지에서 받지 마세요.(조회수 올라가니까...)


후추나방_요약본_20130923.hwp



본격적인 반박에 앞서서, 일단 교과서에 기술된 과학적 개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동의된 의견을 따라 수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통합생물학회에서 공식적으로 교과서의 생물학적 개념을 수정하라는 요구가 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교진추의 시조새 청원에서도 보았듯이, 오히려 고생물학회와 진화학회가 반박문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학회와의 논의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청원활동을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말로 후추나방에 대한 과학적 오류가 있어서 수정해야 한다면 학술적 측면에서 나서야 할 사안이지, 이렇게 어정쩡한 방식으로 언론에 노출시키면서 수정할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후추나방의 청원서를 보실 때 키포인트는 아마도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이 법칙은 집단유전학에 속합니다.


사실 이 법칙은 이름만 길지, 개념은 쉽습니다.

다섯 가지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유전자 풀의 대립형질 빈도는 세대가 거듭되어도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다섯 가지 전제조건만 충족한다면 개체군에서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가 되겠습니다.

그 다섯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돌연변이X)

2. 다른 집단과의 유전적 교류가 없다(유전자 흐름X)

3. 교배가 무작위로 이루어진다(무작위적 교배)

4. 집단의 규모가 충분히 크다(유전적 부동X)

5. 자연선택이 일어나지 않는다(자연선택X)



이 법칙이 진화를 부정하는 법칙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법칙은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입니다.

거꾸로 생각해 봅시다. 저 다섯 가지 전제조건 중 단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한다면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를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깨졌다고 표현합니다.


이 법칙을 후추나방의 경우에 적용해 봅시다.

교진추 청원서에도 말하고 있듯이, 공업암화로 인해 검은색 후추나방과 흰색 후추나방의 빈도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저 다섯 가지 전제조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지 못해서 대립형질 빈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깨졌다, 즉 '진화가 일어났다'는 말입니다.

후추나방의 경우에는 자연선택이 작용하여 빈도수 변화가 생긴 것이겠죠.


그런데 교진추 청원서는 이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청원서 요약본 3p 내용 일부를 발췌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공해가 심해지면서 검은색 개체수가 더 증가했으나, 1950년대에 공해방지법의 시행으로 환경이 개선되면서, 검은색 나방의 분포율이 다시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환경에 따라서 나방의 개체수가 증감을 반복했습니다. 이것은 다윈주의가 말하는 돌연변이나 진화적 개념의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닙니다...(중략)... 이처럼 후추나방은 환경변화에 따라 진화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검은색 후추나방과 흰색 후추나방 사이의 개체수에 변화가 있었을 뿐입니다. 

 

교진추는 청원서에 '분포율 감소'나 '개체수 변화'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미 앞에서 확인했듯이 이것은 진화를 뜻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러한 개체수 증감이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일까?

 

 


 



그런데 교진추가 저지른 '생물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오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청원서 요약본 4p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합니다.


많은 진화론자들은 검은색 후추나방의 유전자를 우성으로, 흰색 후추나방의 유전자를 열성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체수 변화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님을 의미합니다. 검은색의 개체수가 많아진 것이 검은색이 우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흰색이 우세한 시기에는 흰색 유전자가 우성이라고 주장해야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교과서 수정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러시면 곤란하죠?

교진추 사람들은 검정교배도 모르나 봅니다.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58932&cid=40942&categoryId=32326

대표적인 예로, 헌팅턴병은 우성 형질입니다. 그런데 헌팅턴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던가요?

 

 

 

 

 

생물학의 기본 개념마저 씹어드시고, 심지어는 후추나방 진화와 관련없는 것도 집어넣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허수아비 때리기'이죠.

청원서 요약본 4p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합니다.

 

영국의 로뎀연구소(2013)는 나방의 개체수가 종에 따라 어떤 것은 수백 %까지 증가한 반면, 어떤 종은 멸종하고 있는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뜬금없이 기후변화 드립입니다.

잘 보시면 로뎀연구소는 개체군 자체의 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대립형질 빈도 변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후추나방의 경우는 색깔에 따른 빈도수의 변화이지, 전체 개체군 수의 변화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번지수 잘못 찾았어요.

관련성 제로인 것들도 같다 붙이고서는 하는 말이 더 가관입니다.(4p 발췌)

 

이처럼 많은 학자들에 의해 오류로 밝혀진 케틀웰의 실험내용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사례로 교과서에 계속 소개하는 것은 학자적인 양심을 속이는 일이 됩니다.

 

아, 당신들 지금까지 케틀웰의 실험을 말한 거였습니까?

그런데 왜 로뎀연구소 이야기를 집어넣고, 우성형질 뜬금포인데요?

게다가 청원서의 뒷부분을 보시면 반복적으로 대진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등장합니다.

후추나방 실험은 자연선택을 입증한 것인데, 어째서 대진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들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사례라고 못박아 놓았으면서 말입니다.

 

 

 

 

 

교진추 청원서에는 학자들이 케틀웰의 실험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일부는 맞는 말이죠. 하지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안됩니다.

청원서 요약본 6p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합니다.

 

그러한 논쟁과 이의를 제기한 마이클 마제루스(1998)(11), 제리 코인(1998)(12), 주디스 후퍼(2002)(13) 등의 학자들이 케틀웰의 실험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죠.

마이클 마제루스는 케틀웰의 실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만 한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보강하여 케틀웰의 실험을 재확인했습니다.

http://rsbl.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early/2012/01/27/rsbl.2011.1136

(Selective bird predation on the peppered moth: the last experiment of Michael Majerus)

게다가 이 글은 교진추의 여러 주장을 반박해 주기도 합니다.

교진추는 교과서에서 후추나방이 두 종류(밝은색, 검은색)만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으므로 틀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중간색 나방도 공업암화로 인해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Insularia forms also increased, somewhat variably, during industrialization [5].

 

Insularia는 중간색 후추나방의 학명이고, 공업암화로 중간색 후추나방의 개체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마제루스의 1998년 논문에 등장합니다.(Majerus, M. E. N. 1998 Melanism: evolution in action. Oxford, UK: Oxford University Press.)

 

언급된 또다른 인물인 제리 코인을 한번 볼까요?

제리 코인은 오히려 자신의 웹사이트에 후추나방의 진화가 명백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http://whyevolutionistrue.wordpress.com/2012/02/10/the-peppered-moth-story-is-solid/

해당 글의 마지막 부분을 번역합니다.

 

조류 포식 실험에 있어서 중요한 것(특히 여기에서 논의된 후추나방 실험)은 그것들이 자연선택의 주체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제리 코인의 다른 글에서는 케틀웰의 논문에 대한 논쟁을 확실히 정리합니다.

 

그의(케틀웰) 실험설계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최근의 연구들은 다른 색깔의 나무에 다른 색의 나방을 핀으로 고정시킨 것은 새에 의한 공격에 명확한 차이가 있고, 야생형 나방이 실제로 나무 줄기와 가지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더 최근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마이클 마제루스는 케틀웰의 실험에서 오류를 교정하여 재현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는 밝은색과 어두운 색의 재포획 수에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케틀웰의 실험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후추나방의 진화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라는 글입니다.

교진추를 정확히 공격하는 내용이군요.

참고로, 제리 코인의 글에서 언급된 마제루스의 실험은 아래의 그래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바로 보이듯이, 흰색과 검은색의 생존율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고도 후추나방 가지고 떼쓰기 있기 없기?

 

 

 

 

 

교진추의 또다른 병크는 유전자에 대한 주장에서도 발견됩니다.

청원서 요약본 11p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합니다.

 

현대 진화유전학은 다수의 개체가 한곳에서 서식할 경우 전체적으로 우성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개체의 유지에 우월성을 확보하여, 결국 그 집단 내에서 공유되는 유전자 풀로 변한다고 했다...(중략)...그러나 현재 진화생물학계에서 유전자 풀이 변하여 새로운 종이 생겨났다는 보고는 없다...(중략)...현재까지 확인된 유전자 풀의 변화는 종 내에서 다양성이나 적응현상이 관찰되었을 뿐이다.

 

여기에서 또다시 우성드립이 나옵니다. 교과서 고친다면서 교과서 지식을 몰라

교진추는 유전자풀의 변화에 의한 대진화를 부정합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는데, 첫번째는 후추나방 진화와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며, 둘째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에 의해 자연선택은 유전자풀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 사람들이 같은 오류를 계속 저지르고 있는데.

후추나방의 진화에 대한 케틀웰의 실험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청원서인데 왜 자꾸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를 부정하려 드는 걸까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에 의하면 형질 빈도 변화는 유전자풀 변화를 의미하는데, 왜 자꾸 진화가 아니라고 우길까요?

 

더 웃긴 것은 인편 구조를 언급하면서 후추나방을 까는 것에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청원서의 해당 부분을 캡쳐한 것입니다.

 

 

인편 구조 때문에 색깔이 달라 보인다.... 네, 좋아요.

그래서, 후추나방의 색깔 변화가 이것 때문입니까?

이 행태는 또다른 '허수아비 때리기'의 사례입니다.

후추나방의 색깔 변화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죠.

앞에 언급된 제리 코인의 글에 따르면, 후추나방의 색깔은 멜라닌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기인한 것입니다.

케틀웰이 나방의 색깔에 대해 인편을 언급했다면 모르겠는데, 그런 맥락도 없이 인편이라니?

 

 

 

교진추 청원서의 뒷부분은 더 가관입니다.

"유전학적 고찰"을 한다면서 '후추나방의 암화에 관한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후추나방의 암화현상은 유전적 변화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또다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가져와 봅시다. 후추나방의  진화 기작이 뭐라구요? 자연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대립형질 빈도에 차이가 발생했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게 유전적 변화이죠.

 

 

 

청원서 p.25에는 마제루스의 실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 좋은데요,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그 결과 포식된 개체수는 차이가 있었지만,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었다.

 

이 사람들, 사진은 잘만 갖다 붙였는데 다른 부분은 안읽었나?

해당 논문에는 아래의 표가 나옵니다.

 

 

local melanic frequency 부분을 보세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게 보입니다.

게다가 이 표는 교진추가 캡쳐한 그래프 바로 위에 있어요.

이러고도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었다'? 새로운 언어유희를 개발한 걸까요?

 

 

 

 

좋아요. 케틀웰 실험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합시다.

교과서에서 해당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할게요.

하지만, 수정 방법은 교진추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마제루스의 실험 내용을 넣어서 보강하는 방식으로 가자는 겁니다.

 

바로 이 그래프를 첨부해서 말이죠.

후추나방이 자연선택으로 인해 진화했다는 부분은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쓰다보니 청원서 쓴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여러가지 생각났습니다.

그 중 가장 하고 싶은 말만 적겠습니다.

 

 

기본 개념은 알고 깝시다

 

 

 

 

P.S 1 아, 물론 교진추는 종교단체 맞습니다. 학술단체 아닙니다. 아래 글 참조

http://biobase.tistory.com/entry/교진추가-학술단체라고

 

P.S 2 사실 이것도 청원서의 오류 중 극히 일부입니다.